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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 소개신간 도서

신간 도서



정신분석 임상에서 질문의 기능

  • 저자이름신한석
  • 출 간 일2022-02-25
  • 출판사명도서출판 생각나눔
  • 도서분류심리학
  • ISBN번호979-11-7048-359-5 (00180)

책 소개

머리말

 

 

이 책의 주제는 정신분석 임상 도중 부딪혔던 한 가지 난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돌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난점은 환자가 분석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하는 일을 거부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분석은 자유연상의 규칙하에 진행된다. 자유연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내용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 그것이 아무리 이상해 보이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말해야 한다는 정신분석의 근본 규칙이다. 분석 도중 환자는 분석가의 질문에는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환자는 분석가의 질문이 없을 때는 스스로 말하는 일을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거부했다. 이처럼 분석에서 주체가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할 때 분석가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도움이 될까? 자유연상의 자유는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 말하는 것 아닌가?

환자가 침묵한다면 분석가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홀로 말하는 일은 우스워 보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떤 변화의 요인이 될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자유연상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이 저항에 불과하며, 질문을 통해서는 환자의 저항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한다. 분석가의 질문 행위는 자유연상의 흐름을 막고 환자의 연상이 분석가의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게 만든다. 분석가의 질문을 통해서는 결정적인 저항을 극복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환자를 변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환자의 요구에 맞추어 질문하는 것보다는 분석의 규칙을 공고하게 지키는 것이 임상적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생각은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치게 과격해 보일 수 있다. 분석에서 주체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전문가인 분석가에게 질문해주길 요구하는 일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분석가가 주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분석을 적절히 이끈다면 분명 어떤 호전들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주체의 요구가 거절된다면 주체는 좌절에 빠지고 불쾌감을 겪는데, 이는 분명 치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분석의 효과를 흐트러트린다. 분석가가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며 분석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옳지 않다. 분석은 환자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좌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간의 삶은 애초에 좌절스러운 상태일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겪는 최초의 좌절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론을 통해 설명했다. 아이는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충족감을 느낀다. 아이는 엄마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아버지는 엄마를 빼앗아가며, 아이가 엄마의 품 안에서만 있는 것을 금지한다. 아버지의 개입은 당연히 아이에게 좌절을 일으킨다.

인간사회의 구조는 이러한 오이디푸스의 구조와 비슷하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경우가 많다. 현실의 법과 규칙들이 이를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상은 주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는다. 세상은 주체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주지 않으며, 주체의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고려해 주지도 않는다. 주체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인간은 좌절을 감내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어머니가 아이를 영원히 보살펴줄 수 없듯, 좌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 홀로서기에는 상실된 어머니의 사랑을 포기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타자의 사랑과 인정에 목을 맨다면 주체는 결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없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좌절을 경험하고 어머니의 사랑 상실에 대해 상실감과 우울감, 고통을 겪는다. 주체가 자기 욕망의 실현을 방해받는 까닭은 바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석가가 어머니의 대리인이 되어 주체가 원하는 사랑을 준다면 나름대로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체가 좌절 자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랑이 부재하는 순간 다시 병리적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석은 좌절로 인해 상처받는 그 심리적 구조 자체를 겨냥해야 한다. 좌절로 인한 상처를 약을 발라 낫게 해줄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좌절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도움이 된다.

분석가가 질문을 거부하고 연상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유연상은 주체의 좌절 하에 진행한다. 좌절을 경험하며 말을 하는 것은 주체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욕구들을 내려놓고 자신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행위에는 타자가 주체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겠다는 욕망이 담겨있다. 정신분석은 말하기 행위를 통해 상실된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 번 상실하는 과정이다. 반대로 분석가의 질문은 환자를 분석가의 질문 위주로 연상하게 만들며 주체의 욕망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은 정신분석 임상이 모두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주체가 사용하는 방어 메커니즘, 그러니까 어머니의 상실에 따라 발생한 상처에 주체가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분석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결정된다. 주체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랑의 상실을 인정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두 번째는 상실을 거부하고 만족을 되찾고자 할 수 있다. 분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주체에게 상실을 인정하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해야 한다. 상실을 발생하게 만든 법을 비난하며 만족의 충족을 고집한다면 분석은 진행될 수 없다.

정신분석의 근본 규칙인 자유연상은 주체가 상실된 만족을 다시 한 번 포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점에서 정신분석의 규칙은 아버지의 법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아버지는 아이가 어머니의 품 안에서 벗어나 일들을 스스로 하도록 만든다. , 아버지의 역할은 아이를 어머니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연상은 모든 것을 해도 좋다는 방종과 무제한적 쾌락을 약속하는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어머니의 욕망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엄격한 규칙에 가깝다. 정신분석의 성패는 자유연상의 수행 여부에 달려있다. 분석가는 분석의 규칙을 엄격하게 부여하며 지키는 부성적 타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정신분석의 과정은 미완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거세를 수용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했다. 이 책은 이미 벌어진 거세는 되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근거를 두었다. 인간이 겪는 좌절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겪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 운명을 극복하고 즉각적이고 완전한 쾌락을 성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현대의 소비주의는 이러한 완전한 쾌락에 대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 것마냥 환상을 부추긴다. 그러나 아무리 소비를 해도 그 좌절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듯, 인간이 겪은 거세는 완전한 회복 자체가 불가능한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쾌락의 상실을 인정하고 각자 얻어낼 수 있는 쾌락의 방식들을 스스로 발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자크 라깡의 정신분석 전통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한국에서 프로이트는 낡았다고 평가받고, 라깡은 정신분석가라기보다는 철학자로 간주된다. 이들은 모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성의 역할을 중시하는 한국적 분위기의 특성상 이들의 이론을 바탕으로는 임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프로이트와 라깡은 탁월한 임상가였으며, 이들의 이론이야말로 인간이 처한 심리적 곤궁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타개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들의 사상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핵심적 사상을 최대한 이어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약력

 

<정신분석클리닉 아레테> 원장.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정신분석을 연구하고 있다. 자신의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분석에 입문하였고, 개인분석을 마친 후 더욱 연구를 심화하여 정신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을 치료하는 지식은 정신분석가에 의해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주체가 스스로 발명해야 하는 것이라 믿으며 정신분석임상을 실천하고 있다. 독립적인 정신분석가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관심이 있으며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정신분석이론이 발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논문의 제목은 정신분석에서 무의식의 개념 : 프로이트와 라캉이며 지은 책으로는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기술론>, <충동의 주체와 정신분석임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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